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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


어렴풋이 기억나는 이미지들이 있다. 과거의 어느 순간에 대한 이미지. 아무때나 생각을 해낼수는 없지만 불현듯 떠오르는 영상. 이유는 모르지만 아주 짧지만 방금 일어난 일처럼 생생한 이미지들. 
 

나도 이런 짧고 생생한 기억들이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런 이미지들 중에 상당 부분은 큰 사건이 있어났을때, TV로 그 사건을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이다. 편안한 타자의 입장에서 ‘우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수 있지!!’ 의 놀람의 순간. 그러니까, ‘삼풍백화점 붕괴’나 ‘911테러’라는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는 생중계를 TV로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이다. 
 

도쿄 사린 가스 사건도 나에게는 그런 정도의 일이다. 그런데 최근에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고 의미를 궁리해보는 기회가 있었다. 그럴수 밖에 없는 몇 가지 사소한 사건들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을 읽고 있었다. <언더그라운드>에 관한 이야기를 모은 챕터가 있었다. 대학생 시절에 하루키를 읽다가 <언더그라운드>를 펼쳤다가 ‘이건 뭐야?’ 하고 덮었던 기억이 시작. 하루키의 글을 읽다보니 일본인들에게는 단순히 하나의 사건이 아니였겠구나라는 생각이 두번째. 마침 대용량 데이터를 이용해서 예측하는 것에 대한 기술 문서도 읽고 있었는데,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활용하는게 왜 중요한지에 대한 예로 사린 가스 사건을 이야기 하고 있어서 새번째. 이 세가지 이유로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봤다. 사건의 일련의 과정들..
 

많은 일본 드라마들에서 주인공이 맞서야 하는 적이 왜 대중을 심판하려는 평범한 사람인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카미’가 되어 사람들을 부리는 것에 대한 일본인들의 공포심이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나에게는 생뚱맞은 이야기 전개이거나 경험해 보지 못한 공포. 하루키의 소설에 많이 등장하는 ‘코뮌’. 아직까지 존재하는 옴진리교. 폭탄을 품고 살기로 한 일본인들의 결정과 끝이보이지 않는 그들과의 트러블. 
 

그러는 와중에 사린 가스 사건을 일으켰던 옴진리교의 한 간부 ‘히라타 마코토’가 17년 만에 자수를 했다. 아직까지도 지명수배 중이다라고 많은 문서에서 전하고 있던 그 사람이 갑자기 현실에 나타났다. 신기하게도 ‘히라타 마코토’의 자수가 이 글을 쓰게된 이유가 되었다. 
 

뉴스에서는 ‘히라타 마코토’가 자수를 하려는데 쉽지가 않았다고, 3번만에 간신히 자수한 일화를 보여줬다. 사린 가스 사건에 대해서 생각중이 아니였다면, ‘일본 경찰들도 빠졌구만..’ 하고 말았을 이야기었겠지만, 생각이 거기에서 멈추지는 않았다. 
 

17년 전. 모든 언론이 옴진리교에 포커스를 맞추고, 왜 그런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파헤칠때, 하루키는 반대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하루키는 옴진리교도들이 아닌, 사린 가스 피해자들을 인터뷰 한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들. 그들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고, 그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우리로 변한다고 해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생각은 2011년 동일본 쓰나미가 일어났을때 기타노 다케시의 말에서도 이어진다. 


“이 지진을 ‘2만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으로 생각하면 피해자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2만 건 있었다’라는 거다. 2만 가지 죽음에 각각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 기타노 다케시<슈칸 포스트> 인터뷰 중 



그러니까 나는 일종의 ‘촉’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람은 그 사람이 향하고 있는 방향으로 예민한 법인가 보다. 



http://ko.wikipedia.org/wiki/%EB%8F%84%EC%BF%84_%EC%A7%80%ED%95%98%EC%B2%A0_%EC%82%AC%EB%A6%B0_%EC%82%AC%EA%B1%B4
http://en.wikipedia.org/wiki/Sarin_gas_attack_on_the_Tokyo_subway
http://www.sisainlive.com/news/quickViewArticleView.html?idxno=9883
http://news.hankooki.com/lpage/world/201201/h201201011635392245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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